[11번째 롤] 미놀타 X-300 + Kodak proimage100(코닥 프로이미지100)
![[11번째 롤] 미놀타 X-300 + Kodak proimage100(코닥 프로이미지100)](/content/images/size/w1920/2024/10/000005780001-1.jpg)
필름롤의 순서대로 올리려고 했으나, 정리하는 것 부터가 일이다. 글을 쓰고 올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먹어야만 실행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라도 일을 줄여야 한다는 핑계로, 오늘 현상된 필름 사진들에 대한 이야기나 먼저 해보기로 한다.
후쿠오카 여행에 대해 제대로 여행기를 남기게 될 때 다시 활용한다면 그 포스트에는 사진이 조금 더 살아날 수 있는 수준에서 약간의 후보정을 할 수도 있겠만, 이렇게 필름 한 롤을 돌아볼 때에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귀찮은 일은 하나라도 줄여야만 하니까.
지난 9월 추석 연휴에 맞춰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해외에 간 건 처음이었는데 여행 중 갑자기 카메라 셔터가 고장이 나버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필름이 감긴 뒤 셔터가 눌리지가 않는 거다. 필름카메라 초보 중에 초보이고 사진을 배워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여행 중에, 그것도 하필 내가 가져간 필름 중 비싼 필름이었던 Kodak Ektar100 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찍긴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이왕 필름 하나 날리게 된 거, 가지고 온 필름 하나 더 날릴 각오로 강제로 필름을 감아서 빼버린 뒤 셔터를 눌러봤는데... 억울하게도(?) 다시 셔터가 잘 작동을 했고 그렇게 오늘의 필름을 넣었다.
날씨가 그닥 좋지 않았어서 대단한(?) 각오를 하고 필름을 넣은 것 치고는 거의 찍지는 못했고 한국와서도 꽤 여러 날에 걸쳐서 찍었다. 아직 요 필름의 매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지는 못했고, 오히려 카메라를 기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겨버린 필름....(필름 탓은 아니다 절대로)





첫 5장 정도는 후쿠오카 북쪽, 기타큐슈에 있는 mojiko 아쉬운 점은 이 때 날씨가 많이 흐려지기 시작할 때였다는 점. 비가 오진 않았으나 구름이 많이 끼고 그렇게 푸르던 하늘이 하나도 푸르지 않았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은 엄청난 더위 때문에 생각만큼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필름사진을 하게 된 이후로 가게 된 첫 해외여행이라 굉장히 기대를 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물론, 요 필름이 일본에서 찍은 가장 마지막 필름이라, 몇 장 더 있기도 하고 Ricoh GR3x로도 담기는 했다.
어쨌든, 아쉬움이 남지 않은건 아니었는데 다행히, 한국에 오자마자 서울의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았다. 아쉬운 마음은 빨리 달래야 하는 법. 여독을 푸는 것을 미뤄두고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이 날은 원래 안국역 근처에서 브런치를 하고, 명동쪽으로 걸어가서 롯데 백화점이나 구경하다가 4호선 타고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를 갈 계획이었는데, 안국역 근처에 다 와서, 행사로 인해 안국역을 가지 않는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렇게 오전 일정을 급하게 변경해서 신용산쪽에서 식사를 했고 계획대로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를 다녀왔다.


계획 변경으로 가게 된 신용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오픈한 가게가 없었다. 덕분에 30분은 돌아다녔다.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 사진들. 골든아워 때 서울랜드 어트랙션들의 색들과 하늘이 어우러지는 것을 찍고 싶었으나, 지도도 없이 엄청난 더위를 마주했던 서울대공원에서 헤매는 바람에 늦어버렸다.
필름 사진을 찍다보면, 빨리 찍은 사진을 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 아쉽다. 그게 필름 사진의 맛이고,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살펴보는 그 감정이 너무 좋아서 필름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답답한 순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재밌는 건, 그 답답한 순간을 이겨내는 방법은 다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퐁당퐁당 연휴 사이 10월 2일에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재택 근무하는 날, 카페 근무를 택했으니 카페 선택지가 많아야하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거나 카페에 있는 동안에도 사진을 찍을만한 풍경이 있어야 해서 선택한 곳은 지난 번에 못갔던 안국.


하지만 내 계산은 완벽히 틀렸다. 일이 바쁘기도 했고, 한창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거나 카페로 이동하는 시간대의 빛은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필름 한 통 다 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결국 안국에서도 꼴랑 두 컷을 찍기 위해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다녔나 싶지만, 찍고 싶은 풍경이 없는데도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별 수 없다.
그렇게 10월 3일 개천절이 되었고, 짝꿍의 필름 현상을 맡기기 위해 위켄드 필름을 방문해 보기 위해 성북동으로 향했다. 성북동에 놀러가는 것은 처음이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문상훈의 브이로그 덕분에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었다.
문제는 예상보다 위켄드 필름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하필 좋아하는 marvin gaye의 음악들이 나오기도 했고.
카카오톡 채널로 신청곡을 넣으면 노래도 틀어주시는 곳이었다. 그 날 신청했던 곡은 정미조의 7번 국도
그렇게 그 작은 공간에서 음악듣고 구경하다가 2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오후에는 날이 흐려진다더니 진짜로 나오자마자 그림자가 없는 흐린 날씨를 마주하고 말았다. 덕분에 이 날도 몇 장 찍지 못했다. 대신 근처 살던 사촌 누나의 집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고 태어난 지 40일 된 조카도 보고 왔으니 그걸로 된 거지 뭐.



세 컷 보다는 더 찍었으나, 짝꿍과 조카 사진이 대부분이라 올릴 사진은 요게 전부다...
이제 필름 컷수는 33장.
송도 1호 수변공원에 가서 사진을 담아 볼 계획으로 필름카메라도 들고 갔다. 도시에서의 해질녘과 다르게 강한 빛을 그대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바다에서의 일몰을 담는 건 참 어렵다. 부족한 내공으로 인해 노출을 잘 잡지 못해서 실패할 확률도 높고, 나는 드넓은 바다를 50mm로 잘 담을 자신도 없었다. 그나마 이 날 주로 사용할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가 아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찍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사진들로 끝이 나버렸다. 첫 번째 사진은 광원을 담지 않으려다보니 이미 많이 기울어버린 해를 피하다가 이상한 사진이 나와버렸다. 게다가 예전에도 이런 구도에서 역광 인물 사진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광원이 있는 방향에서 굉장히 강한 빛이 마치 빛샘현상처럼 보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왔다. 이게 렌즈 이상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여러모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풍경은 어떻게 찍어야 좋은걸까 디지털로 찍을 때는 노출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크롭도 자유자재로 해서 몰랐던 난이도.
이렇게 쓰고보니 필름 한 통에 여러 곳이 담겼다. 기타큐슈의 모지코, 과천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 안국, 성북, 송도까지.
공개하지 못한 사진은 대부분 짝꿍의 사진이다. 초점이 심하게 나가거나 노출이 크게 틀어져서 날린 사진은 운이 좋게도 아예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 진짜 쏙 드는 베스트 컷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필름 사진은 늘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아마도 부족한 실력으로 잘 찍으려는 노력보다 찰나의 행복을 담아내려는 의도가 더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은 10월, 또 어떤 날들을 마주하며 어떤 순간에 카메라를 들지 모르겠지만, 부지런히 기록하고 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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